"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하시겠습니까?"
'이제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몇 세부터 노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다. 노인으로 봐야 하는 연령대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실제로 '노인'으로 인식하는 연령이 과거에 비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노년기가 시작하는 나이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니스 게르스토프 독일 훔볼트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이 노년기가 시작하는 연령을 과거와 비교해 점점 더 높게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심리학과 노화'에 22일(현지시간) 게재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은퇴가 늦어지면서 노년기 시작 시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노인으로 불린 연령대가 지금은 노인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1911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독일 거주자를 대상으로 고령화 설문조사에 참여한 1만4056명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1996~2021년까지 25년의 연구 기간에 참가자들은 최소 40세부터 100세에 걸쳐 최대 8번까지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설문 참가자들이 답변한 질문 중 하나는 '몇 살이면 노인이라고 하시겠습니까?'였다.
조사 결과 최근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노년기 시작이 더 늦다고 답했다. 1911년 태어난 참가자는 65세일 때 노년의 시작을 71세라고 응답한 반면 1956년에 태어난 참가자는 65세일 때 74세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이런 증가 추세는 선형적이지 않고 점점 둔화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노년기 시작 연령을 점점 더 높게 응답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평균 64세에 74.7세부터 노년기가 시작된다고 답했다. 74세가 되자 76.8세부터 노년기 시작이라고 답했다. 노화가 4~5년 진행될 때마다 참가자들이 응답한 노년기 시작 연령은 약 1년씩 증가했다.
성별과 건강 상태가 노년기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년 늦게 노년기가 시작된다고 답했다. 외롭다고 느끼고, 건강이 나쁘고,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노년기가 더 일찍 시작됐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노화와 노년기에 대한 개인의 관점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며 "사람들이 노년기의 시작을 미루는 경향이 노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노년기 시작을 미루는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되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서양이 아닌 다양한 국가에서도 추가 연구를 통해 국가와 문화에 따라 노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