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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혈압 환자가 1,200만 명을 넘어섰다(2021년 기준). 환자 대부분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알고(인지율 74%), 치료를 받지만(치료율 70%) 조절되는 환자는 겨우 절반을 넘는다(조절률 56%).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혈압이 올라가는데 고령화가 빨라진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환자는 당연히 급증하고 있다. 고령인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병·치매·암 등 다양한 질환을 같이 앓아 먹어야 할 약이 많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75세 이상 가운데 약을 5개 이상 먹고 있는 사람은 64.2%나 된다(2021년 기준). 이처럼 약을 많이 먹다 보면 정작 필요한 약은 놓치기 쉽다.
외래에서 갑자기 혈압·혈당이 높아진 이유를 환자에게 물어보면 최근 위장병이 심해져, 치매 진단을 받아 약을 하루 2, 3번 먹다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병 약을 빼먹기 일쑤다. 독거노인도 많아져 인지기능 장애가 있으면 더욱 약을 복용하기 어렵다. 다행히 고혈압 약은 대부분 아침에 한 번만 먹고 요즘은 여러 가지 고혈압 약을 한 알로 만들어 먹기 쉽다.
젊은이는 어떤가. 건강해 먹는 약도 거의 없고, 인터넷 등을 통해 고혈압 위험성을 잘 알기에 혈압 수치를 잘 알고 치료 인지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 30대 고혈압 환자는 10명 중 2명만 고혈압을 인지해 치료받고 10% 정도만 혈압을 조절한다. 결국 고혈압에 오래 노출돼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게다가 20, 30대 대부분이 학교나 직장 생활을 하므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매우 낮다. 증상이 없다고 고혈압을 방치하다간 심·뇌혈관 질환(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및 만성콩팥병 등으로 이어져 목숨을 위협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부른다.
물론 처음 혈압이 높다고 모두 고혈압이고, 치료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여러 차례 바른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하는데 진료실에서 의사가 혈압을 측정하거나 24시간 활동 혈압(진료실과 가정을 오가면서 하루 동안 혈압을 측정)으로 고혈압을 진단한다.
일시적으로 상승했거나 평소 가정이나 직장에서는 정상이지만 진료실에서만 높은 ‘백의(白衣) 고혈압’도 있어 이를 때에는 약물로 치료하지 않는다.
고혈압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든지, 독한 고혈압 약을 먹지 않고 식품으로 완치됐다는 등 잘못된 광고에 현혹되는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고혈압은 처음부터 약물 치료를 하기보다 혈압을 올리는 나쁜 생활 습관(흡연, 과음, 운동 부족, 비만)을 고쳐가면서 혈압이 잘 조절되면 약을 먹지 않거나 용량 또는 개수를 줄이기도 한다. 그래도 조절이 안 되거나, 처음부터 고혈압 합병증이 있거나, 혈압이 고혈압 2기(수축기 혈압 16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100㎜Hg 이상)라면 바로 약 처방을 받아 혈압을 조절한다.
직장 생활로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집이나 직장 근처 1차 의료기관(의원)을 퇴근 후나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해도 된다. 특히 가족 중에 고혈압 또는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이 있거나 흡연하는 20세 이상은 2년마다 무료 국가건강검진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국가건강검진은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2년에 한 번 짬을 내면 평생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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