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Article Scrap] 인생 '노잼', 원인 찾아보니…스트레스 받은 뇌 속 유전자

Moonyframer 2024. 2. 16. 00:53
728x90

국내 우울증 환자가 2022년 기준 100만명을 넘긴 가운데 우울증의 주요 증상인 '무쾌감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확인됐다.

 

심한 압박감, 따돌림, 학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과발현되지만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3년 발간한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8년 75만 3011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00만 3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20대 우울증 환자는 19만 4200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모든 연령대에 걸쳐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보다 많다.

 

대표적인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 등이지만 '무쾌감증'도 핵심 증상으로 꼽힌다.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70%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주요한 증상이다. 무쾌감증이 나타날 경우 이전에 즐겼던 활동, 경험 등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 맛있는 음식을 섭취해도 별다른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신체적 즐거움 감소'나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떠는 사회적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무쾌감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삶의 색채를 잃고 긍정적인 경험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증세"다.

 

구자욱 한국뇌과학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책임연구원, 강효정 중앙대 생명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오랜 기간에 걸친 정신적 스트레스로 무쾌감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로 과발현된 전전두엽의 시냅토태그민-4(Syt4) 유전자가 무쾌감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우울증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일부 작용해 나타난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겪는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크다. 유아기 시절 겪는 부모의 언행, 학창 시절 교우 관계, 직장 내 스트레스나 사회적 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일종의 트라우마가 형성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약물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무쾌감증의 발현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확인했다. 빛을 쬐어 유전적 변화를 관찰하는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해 무쾌감증에 걸린 실험 쥐의 전전두엽을 활성화했다. 대뇌 피질 중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은 인간의 감정, 문제해결 등 정신 작용을 담당한다.

 

전전두엽의 전사체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무쾌감증을 보이는 개체에서 Syt4 유전자 발현이 늘어난다는 것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전전두엽에서 Syt4 유전자를 과발현시켰다. 이후 7일 동안 쥐에게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 결과 쥐는 주변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지는 심한 무쾌감증을 보였다. 반면 Syt4 유전자를 억제하자 같은 기간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쾌감증 및 우울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Syt4 유전자는 뇌에서 다양한 신경영양물질 및 신경펩타이드의 분비와 수송을 중재한다. 연구팀은 Syt4 유전자가 과발현되면 뇌에서 두뇌를 발달시키는 물질인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방출이 억제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어떤 경험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구 책임연구원은 "Syt4 유전자는 선천적이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으로 과발현되는 유전자"라며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줌으로써 무쾌감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Syt4가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공동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실험문자의학'에 지난 1일 발표됐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