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삶 정연(精硏)하기-사랑: 김연수론 1. 인간소외라는 원죄(原罪) 김연수의 문학은 ‘현대사회에서 문학이 향해야 할 길’이라는 대주제에 닿아 있다. 그의 출발은 1970년생으로서 청년기인 1987년 이후 목도한 국내 군부독재의 몰락, 국외 냉전 시대의 종결 등 시대를 바라보는 인간집단의 공통된 ‘합일정신’들의 붕괴 ― 바로 그 포스트모던적 균열에서 태어난 게 자신이 속한 세대라는 자각에서 비롯한다. 자기가 선 세대에 대한 김연수의 자각은 이른바 써야 했고,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 내지 세대라는 “거대한 사회적인 가면”을 직시하는 데 있었다. 이는 곧 그의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가 스승은 이끌고 제자는 따를 뿐인 일방적 관계, 하루키 문학 등 비한국적 문화에 대한 동경, 1980년대까지의 한..